유전자 검사법 개정

지난번 유전체 학회 부스에 갔더니, 바이오벤처 기업에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세히 알아보니 비교적 제약이 많았던 우리 나라에서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민간업체에서도 영리 목적의 제한적 유전자 검사가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민간업체에서 검사 가능한 유전자는 총 46개로 건강 관련 6가지 (비만,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혈당•혈압, 카페인대사)과 미용 관련 6가지 (비타민C 대사, 피부색소침착, 피부노화, 피부탄력, 탈모, 모발굵기)등 총 12가지 항목입니다. 이렇게 민간업체에서 직접 유전자 검사를 해서, 소비자에게 바로 제공하는 것을 DTC (Direct-To-Consumer)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DTC 유전자 검사가 가능해진 법적 기반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DTC 유전자 검사 결과의 해석
문득, 업체들에서 유전자 검사를 도대체 어떻게 검사하고 시행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유전형이 사람들의 형질을 설명할 수 있는 비율이 매우 제한적이고, 더구나 항목당 몇 개 안되는 유전자 수로 변이를 해석해서 건강과 미용을 해석해준다는게 넌센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검사실에서 무척이나 다양한 검사 레포트를 작성해보았지만, 저런 유전자 검사로 건강과 미용에 대한 결과 레포트를 작성하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업체의 레포트 샘플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일반인들이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검사 결과지를 만든것으로 보이고, 한 두군데 중요하다고 보고된 지역의 SNP (단일 염기변이)만 spot typing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지역의 형질 빈도 정보는 나타내주고 있지만, 어떤 지역의 어느 위치인지 (SNP ID라던가 유전자의 염기 서열 번호 등) 전혀 나타나 있지 않아서, 중요한 유전자 정보는 의사 및 전문가와 상담하라고 하는데, 전혀 가치있는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유전형을 통해서 의사 처방 의약품 및 추천 건강 식품을 추천해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체질량 지수가 높아질 확률이 높은 변이가 한개 검출 되었으니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을 먹어라 정도로 이해가 되지만, 체질량 지수를 결정하는 변이는 한 두개가 아니며, 많은 변이를 통해 예측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맞을 확률 또한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주와 유전자 검사
인간은 본래 미래를 예측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주나 역학이 발달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주나 역학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주나 점술은 비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합니다. 그에 비해, 최근에 발달한 유전학은 실제적인 유전형에 근거하여, 형질을 예측하고 설명하고자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고 검사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합니다. 그러나 현재 가능한 DTC 유전자 검사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도, 정보도 제공해주지 못합니다. 유전자 검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검사 결과를 충분한 형태의 정보로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의 수준은 유전자 검사의 탈을 쓴 사주나 타로 카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산업계의 제약이 훨씬 적은 미국의 경우에는 수많은 바이오 벤쳐기업이 세워졌고, 몇몇 기업은 과학자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최적의 와인을 찾아준다고 선전하는 Vinome, 축구를 잘하는 유전자를 검사해준다고 하는 Soccer Genomics 같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회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 정보를 활용하여 결과를 보고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유전체 정보가 정말로 중요한 것은 맞지만, 어떠한 형질을 유전체 정보 만을 이용해서 예측하는데는 생각보다 많은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과학계와 산업계의 딜레마
위와 같은 산업들이 과학적으로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시도와 DTC 유전자 검사를 무조건 제한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본디 과학은 불완전한 것에서 시작하고, 여러 시행착오와 관찰을 통해서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의 저러한 시도는 근거가 부족하고 비과학적인 측면이 많지만, 자체적으로 점점 발전하고 개발이 된다면 나중에는 훌륭한 모델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즉, 과학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의 이윤 추구를 위한 저러한 시도는 분명 비판할 수 밖에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적 측면에서 자금이 모여야 과학도 함께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생명 윤리에 관한 법률 개정도 이러한 산업계의 여러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DTC 유전자 검사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DTC 유전자 검사를 어디까지 믿고, 신뢰해야 할까요? 아직까지의 수준은 걸음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그 한계점을 명확히 알고, 거짓 또는 과장 광고에 속아서는 안됩니다. 사실 지금의 수준은 사주나 타로와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개개인의 유전형을 검사해서 검사 결과는 충분히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그 유전형 만을 가지고 12가지 항목의 형질을 설명한다는 것은 타로 카드로 점괘를 보는 것과 다를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보건복지부에서 어떠한 기준에서 46개 유전자를 선정해서 허용을 했는지도 불분명하고, 유전자들이 형질을 설명하는 것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약한게 사실입니다. 사실 그 이면에는 바이오 벤처 산업을 육성해야한다는 정치적 이해 관계 및 요구가 많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수준은 미약하나, 미래에는 충분히 그럴듯한 서비스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습니다.
“DTC 유전자 검사의 딜레마: 과학과 산업 사이” 글에 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