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유전체 연구가 어려운 이유

저는 작년 2월부터 1년 반정도의 기간을 약물유전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도 교수님이신 이민구 교수님과 다양한 약물 반응에 대한 유전적 바이오 마커를 발굴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최근에 선천성 기형의 일종인 두개골 조기유합증이라는 희귀질환에 대해 성형외과 및 신경외과와 공동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많은 환자들의 유전적 원인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전적 소인과 형질 간에는 어떠한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이번 글은 흔히 말하는 Common diseaseRare disease 의 차이와 더불어, 지난 1년반정도의 기간을 약물 유전체 연구를 하며 느낀 점들과 왜 약물 유전체 연구가 어려운지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약물 유전체 연구는 크게 여러 사람들이 동일한 약물을 먹었을 때 혈중 유효 농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에서, 어떤 유전적 차이가 이러한 약물 대사에 기인하는지부작용 발생 유무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적 바이오마커가 있는지에 관심을 갖춰 연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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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약물 반응은 복합 형질 (Complex trait)이다 : 기본적으로 약물의 대사 과정에는 다양한 약물 효소가 관련합니다. 또한 약물이 흡수되어 배출되기까지의 대사 과정 (ADME) 또는 약동학 (Pharmacokinetics) 과정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관여하기 때문에, 한 두가지 유전적 소인이 형질에 결정적 차이를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복합 형질로 가장 많이 연구되는 질병 중 하나가 2형 당뇨병 (Type 2 Diabetes mellitus; T2DM)인데, 당뇨병 발생의 원인과 그 유전적 요인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속 시원한 유전적 원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복합 형질에서 발굴된 유전적 마커들은 형질의 차이에 기여하는 정도가 매우 작아서, 대부분의 효과 크기 (Effect size)가 매우 작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연구가 잘되고 결과가 잘 나오는 것은 효과 크기가 매우 큰 한 두가지의 유전적 인자가 약물의 부작용 발생 유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입니다.

II. 약물 반응의 측정 자체가 어렵다 : 체내 약물 대사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인자를 확인하고자 하는 연구의 경우, 일단 환자에서 해당 약물 농도 측정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환자들에게는 의사들이 체중이나 대사능 등을 고려하여 약을 처방하기 때문에 복용한 약물의 양도 간격도 전부 달라지게 되며, 약물 농도라는 것도 매우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언제 채혈하였는지,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였는지 (drug-drug interaction), 음주 & 흡연 여부, 성별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명확한 통제가 어렵고, 보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측정 약물 농도가 명확하게 그 사람의 약물 대사능을 대변하지도 못합니다. 즉, 처음부터 얻어지는 정보 자체에 매우 큰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와 유전적 정보 간의 연관성을 찾으려고 해도, 그 영향이 명확하게 큰 경우가 아니면 연관성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III. 약물 대사 경로에는 다양한 대체자가 존재한다. : 이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한 약물이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약물은 간에서 대사되어 신장을 통해 배설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약물 개별로 보면 어떤 약물이 정확하게 어떠한 효소에 의해 대사되어 어떠한 형태로 배설되는지, 명확하게 알려져 있는 약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희귀 질환의 경우에는 생명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어떠한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서 바로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해당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다른 유전자가 대신 기능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약물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약물 효소의 종류는 워낙 다양해서 한 두가지 효소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다른 효소가 이러한 역할을 대신해주게 됩니다. 그리고 대사 경로 자체가 한가지 방향으로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돌아갈 수 있는 대체 경로가 존재하게 됩니다. 즉, 약물 대사능은 한가지 유전자와의 1:1 대응이 아니라, 다수의 효소들이 관여하여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동시에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이를 유전학적으로 나타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A number of isoforms (e.g. Cytochrome P450 family, GST family)
  • Many different transcription mode in a single gene: alternative splicing

 

IV. 연구 방법의 한계 : 유전적 바이오 마커 발굴의 연구 방법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SNP array chip 또는 NGS를 통한 시퀀싱입니다. SNP array는 주로 GWAS 연구에 사용하기 때문에 인구집단에 흔하게 존재하는 common variant 연구에 사용하고, NGS 시퀀싱은 유전자의 개별 변이까지 모두 확인하기 때문에 rare variant 발굴에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두 연구 방법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복합형질에서 common variant는 그 효과 크기에 대부분 매우 작기 때문에 GWAS 연구로는 새로운 마커의 발굴이 쉽지 않은 편입니다. 반면 Rare variant 발굴에 유리한 NGS 방법으로는 rare variant를 발굴하여도 그 변이의 해석이 쉽지 않고, 더불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n수가 매우 커서 현실적으로 연구가 어렵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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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이의 해석: 대용량 기능 검사의 필요성

위에서 언급한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약물 유전체 연구는 정말 어려운 분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밀의료 분야의 발전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분야도 약물과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에, 그만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어려운 점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함께 좋은 연구가 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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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그리고 시판 후 조사

약물 유전학 (Pharmacogenetics)은 개인별 유전형과 약물 반응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약물 반응은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 측정하게 되는데, 대부분 채혈을 통해 체내의 약물 농도를 측정하거나, 약물에 의한 부작용의 발생 여부를 평가하게 됩니다.

여기서 약물 유전학 연구의 한 가지 어려운 점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유전학 연구에서 흔히 다루는 형질과 달리 약물 반응은 상당히 다이나믹한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약동학/약력학에 의해, 약물 섭취를 하더라도 약물의 분포 및 작용은 작용 위치에 따라 달라지며, 채혈에 의한 약물 농도도 채혈 시간이나 채혈 위치 등에 따라 크게 변화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확한 형질 정보 획득의 어려움 때문에, 약물 유전학은 더 연구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신약 개발을 위한 과정이 상당히 엄격하고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거꾸로 많은 정보들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약물 개발 후 시판까지의 전반적인 과정, 그리고 시판 후 부작용 발생 여부를 평가하는 시판 후 조사 (Post-marketing surveillance; PMS) 과정까지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정밀의료 시대에 약물 유전학이 중요한 이유 보기 -> 약물 유전학은 왜 정밀의료에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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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과정의 전반적인 모식도] 신약 개발 과정은 수많은 후보 물질들은 발굴하고 개량한 이후에, 최종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몇몇 물질들만을 이용하게 되며, 이마저도 많은 부분 임상 시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약 후모 물질 발굴 및 개량에 대한 부분은 간단히 하고, 임상 시험 과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흔히, 신약 임상 시험은 다음과 같이 크게 4가지 단계로 구분하며, 각 단계에서 목적하는 바가 분명히 다릅니다. 각 단계별로 중요한 차이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시험 목적참여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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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1상 임상시험 (Phase I): 당신은 지금 실험실에서 처음 가장 그럴듯한 약물을 발굴해냈습니다. 그러면 처음으로 확인해볼 것은 당연히 안전성 (Safety) 일 것입니다. 물론 사람에게 투여하기 전에 동물들에게 실험을 해보았겠지만, 사람에게 한번도 먹여본적이 없으니 안전성을 평가하고, 실제 사람에서 약물의 분포나 작용 (약동학/약력학; PK/PD) 을 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무턱대고 환자에게 투여할 수 없고, 소량으로 그것도 건장하고 별로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투여해보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1상 임상 시험은 제한된 수의 젊고 건장한 성인 (보통 성별도 전부 남자, 여성은 상대적으로 호르몬의 영향 등으로 약물 효과가 변동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을 대상으로, 시간별로 계속 채혈을 하면서 시행합니다.
  • 제 2상 임상시험 (Phase II): 자, 1상 시험에서 크게 문제가 없었고 약동학/약력학 정보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2상에서는 드디어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를 시도해보게 됩니다. 더불어 약을 투여하였을 때 기대하는 효능 (Efficacy)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 보게 됩니다. 따라서 2상에서는 최적의 효과를 위한 투여 농도 (dosing regimen)를 찾아가게 됩니다.
  • 제 3상 임상시험 (Phase III): 1상과 2상 임상 시험을 통해서, 효과도 있고 안전한 약물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관문은? 기존 약물과의 경쟁입니다. 따라서 3상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최적의 치료법 (gold standard)과 비교하여 신약이 더 우수한지 또는 적어도 동등한 효과를 보이는 지를 비교 평가해 보게 됩니다. 이를 비교 평가하기 위해서는 통계학적 차이를 충분히 보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3상 임상시험은 충분히 많은 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게 됩니다. (= 그래서 가장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 제 4상 임상시험 (Phase IV): 대망의 제 3상 임상 시험까지 통과하게 되면, 그 약물은 일단 제품으로 출시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약물은 출시가 한번되었다가도 사장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제 4상 임상시험 = 시판 후 조사 (Post-marketing surveillance)라고 부릅니다. 제 3상 시험에서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시행했다 하더라도, 부작용 사례는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어야 그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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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후 퇴출이 되며, 제약 회사의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나는 상황입니다. 엄청난 시간과 돈과 정성을 들여서, 3상 시험까지 다 통과해서 제품도 만들어서 이제 약 좀 팔아볼까? 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작용 사례 때문에 모든게 물거품이 되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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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후 조사에서 퇴출된 약물의 연도별 첫번째 부작용 사례 보고까지 걸린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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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후 조사에서 퇴출된 약물의 연도별 퇴출되기까지 걸린 기간.

 

이러한 이유로, 제약회사들도 시판 후 부작용 사례에 대한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는 상황이며, 약물 유전학의 관점에서도 이러한 부작용 사례를 유전적 차이에서 설명하려는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즉, 매우 드물게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들을 유전적 차이에서 찾아내어 안전하게 투여하겠다는 논리인 셈이죠. 이러한 점에서 약물 유전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포스팅은 약물 부작용 사례에서 약물 유전학적 연구 방법 및 약물 유전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약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참고 문헌]

Onakpoya, Igho J., Carl J. Heneghan, and Jeffrey K. Aronson. “Post-marketing withdrawal of 462 medicinal products because of adverse drug reactions: a systematic review of the world literature.” BMC Medicine 1.14 (2016):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