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에서 핫한 키워드 두가지를 꼽자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일 것입니다. 많은 의료계 연구자들이 의료 빅데이터에 인공 지능을 접목하여,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고 있고 저 또한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기에,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동안 제 스스로 의료 정보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느꼈던 데이터의 여러 가지 특성, 연구 활용을 위한 한계 및 고려사항 등을 포스팅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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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의료 정보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는 환자에 대한 주치의의 의료 정보 기록(Electrical Medical Record, EMR) 부터 검체 검사 결과 (Lab findings), 영상 검사 결과 (Image findings) 등등 까지 다양합니다. 이러한 환자의 데이터는 다양한 양식으로 병원별 데이터 저장소 (Data Storage System)에 보관되는데, 여기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I. EMR 기록 – 표준화된 데이터 보관 양식의 부재
비록 최근에는 데이터 보관 및 양식의 표준화를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만, 과거 EMR system이 처음 구축될 당시에는 오늘 날의 빅데이터의 시대까지 내다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 데이터는 병원별로 구축된 적당한 양식으로 보관되었습니다. 어떤 환자의 의무 기록 사본은 손글씨로 작성되어, 적당히 스캔해서 이미지로 올라가 있기도 하고, 어떤 의무 기록은 다양한 데이터 필드에 문장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형식은 사람이 이해할 수는 있지만, 컴퓨터 친화적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이지 않은 형식입니다.
데이터 curation이 적당히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를 다시 활용하려면 결국 의학적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다시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전처리 및 분류해야만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나마 가장 분류에 활용할 수 있는 진단 코드 또는 보험 청구 코드 마저도 다양한 현실적 문제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진단이 동일하더라도 진료 부서나 주치의, 환자의 경제적 상황 등등에 따라 진단 코드도 달라지게 됩니다. 또한 그나마 객관적이라고 보이는 진단 코드라고 하는 것도 모든 의학적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의료 빅데이터 저장소로 부터 과거의 관심있는 케이스들을 다시 불러 들여 연구에 활용하거나 서로 다른 기관의 데이터를 공유 또는 통합하고자 할 때, 데이터 전처리에 커다란 노력을 요구하는 큰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II. 검체 검사 결과 – Lab data의 특성 및 한계
상대적으로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환자에 대한 주치의의 의무 기록에 비해, 혈액 검사 결과와 같은 데이터는 수치 결과로 되어 있어 상당히 객관적이고 활용하기 용이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실 진단검사의학과 의사로서 빅데이터와 인공 지능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도 Lab 데이터의 이러한 특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당히 객관적으로 생각되는 수치 데이터 또한 여전히 너무나 많은 문제들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큰 문제는 검체 검사 결과는 절대적 데이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같은 환자의 혈액을 가지고 검사를 하더라도, 어떤 회사의 장비를 이용하여 어떠한 원리로 검사를 하느냐에 따라 보고되는 검사 결과의 수치는 전부 제각각이며, 주치의는 검사 결과의 절대값으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참고 범위 (Reference range)를 기준으로 상승했는가 또는 하락했는가를 보고 환자를 본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상 참고 범위를 기준으로 표준화한 값을 활용하면 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사실 모든 검사 항목에 대해 기관별로 정상 참고 범위를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기도 하고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또한 여전히 검사 기관별로 보고하는 결과의 단위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으며, 같은 항목을 보는 검사 (e.g. 면역 관련 검사)에 대해서도 정성적 (Positive or Negative), 반정량적 (1:2, 1:16 등), 정량적 (152.4 와 같은 수치)으로 보고 방식이 상이하기도 합니다. 또한 검사 장비도 기계이기 때문에 검사 기법과 원리가 점점 발달하게 되는데, 가령 기계의 검사 방법이 ELISA에서 Chemiluminescence immunoassay로 바뀌면 보고되는 데이터 수치의 신뢰도 및 특성도 엄청나게 바뀌게 됩니다. 만약 수년간의 데이터를 모아서 연구에 활용하려고 하는데, 병원에서 중간에 검사 장비를 바꾸는 event가 있었다고 하면 데이터 수치에 엄청난 bias가 개입하게 됩니다. 사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은 진단검사의학과를 전공한 의사가 아니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제들이나, 개인적으로 이러한 lab data를 가지고 실제로 연구를 해보려고 하니 생각보다 이러한 요소가 결과에 너무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III. 영상 검사 결과 활용의 어려운 점
사실 저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영상 데이터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간략하게만 언급하겠습니다. 영상 데이터는 그래도 많은 이미지가 표준화된 양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장 활용이 용이한 측면이 있습니다. 딥러닝과 같은 다양한 머신 러닝 기법들이 가장 먼저 적용되고 있는 분야도 영상이나 병리과의 이미지 판독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기법을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동시에 그 용량도 어마 어마하게 됩니다. 필연적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최신의 분석 기법과 동시에 컴퓨터의 연산 능력도 매우 크게 요구됩니다.
IV. 마치며…
사실 의료 정보 빅데이터라고 하면 정말 쉽게 병원 서버의 CDRS 시스템을 이용하여 양질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수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데이터 전처리 및 가공을 하면 최신의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연구를 직접 해보면서 느낀 것은 아직은 양질의 데이터 수집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진단명과 코드에 기반하여 10,000건이 넘는 케이스들을 모아보았지만 데이터의 퀄리티가 너무 떨어졌습니다. 의학적 관점에서 중요한 내용들은 많은 경우, 의무 기록 한켠에 다양한 의학적 term으로 서술되어 있었고 EHR 시스템의 진단 코드 데이터는 연구 수준으로 모두 신뢰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코드 기반의 데이터 추출을 활용하여 어느 정도 데이터 전처리는 가능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수작업으로 모든 환자의 의무기록을 리뷰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러한 빅데이터 접근법을 활용한 연구를 하였을 때, 정말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가? 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이유로 많이 편향되고 Noise가 포함된 의료 정보 데이터를 잘 활용하여 연구 결과를 도출 했을 때, 그것이 정말로 의학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제가 하루에 환자 2~30명의 케이스를 2~3시간 정도씩 리뷰하여 1,000여건의 케이스를 분류하여 작성한 논문입니다. 사실 처음 빅데이터에 대한 기대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많은 노가다(?)가 요구되었고, 데이터 수집 및 정리 (Data curation)에만 6개월에 가까운,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과정을 통해서 나온 저희 논문과 준비할 때 도움이 되었던 논문을 소개하며,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Reference]
Rumsfeld, John S., Karen E. Joynt, and Thomas M. Maddox. “Big data analytics to improve cardiovascular care: promise and challenges.” Nature Reviews Cardiology 13.6 (2016): 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