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그리고 시판 후 조사

약물 유전학 (Pharmacogenetics)은 개인별 유전형과 약물 반응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약물 반응은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 측정하게 되는데, 대부분 채혈을 통해 체내의 약물 농도를 측정하거나, 약물에 의한 부작용의 발생 여부를 평가하게 됩니다.

여기서 약물 유전학 연구의 한 가지 어려운 점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유전학 연구에서 흔히 다루는 형질과 달리 약물 반응은 상당히 다이나믹한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약동학/약력학에 의해, 약물 섭취를 하더라도 약물의 분포 및 작용은 작용 위치에 따라 달라지며, 채혈에 의한 약물 농도도 채혈 시간이나 채혈 위치 등에 따라 크게 변화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확한 형질 정보 획득의 어려움 때문에, 약물 유전학은 더 연구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신약 개발을 위한 과정이 상당히 엄격하고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거꾸로 많은 정보들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약물 개발 후 시판까지의 전반적인 과정, 그리고 시판 후 부작용 발생 여부를 평가하는 시판 후 조사 (Post-marketing surveillance; PMS) 과정까지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정밀의료 시대에 약물 유전학이 중요한 이유 보기 -> 약물 유전학은 왜 정밀의료에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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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과정의 전반적인 모식도] 신약 개발 과정은 수많은 후보 물질들은 발굴하고 개량한 이후에, 최종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몇몇 물질들만을 이용하게 되며, 이마저도 많은 부분 임상 시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약 후모 물질 발굴 및 개량에 대한 부분은 간단히 하고, 임상 시험 과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흔히, 신약 임상 시험은 다음과 같이 크게 4가지 단계로 구분하며, 각 단계에서 목적하는 바가 분명히 다릅니다. 각 단계별로 중요한 차이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시험 목적참여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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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1상 임상시험 (Phase I): 당신은 지금 실험실에서 처음 가장 그럴듯한 약물을 발굴해냈습니다. 그러면 처음으로 확인해볼 것은 당연히 안전성 (Safety) 일 것입니다. 물론 사람에게 투여하기 전에 동물들에게 실험을 해보았겠지만, 사람에게 한번도 먹여본적이 없으니 안전성을 평가하고, 실제 사람에서 약물의 분포나 작용 (약동학/약력학; PK/PD) 을 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무턱대고 환자에게 투여할 수 없고, 소량으로 그것도 건장하고 별로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투여해보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1상 임상 시험은 제한된 수의 젊고 건장한 성인 (보통 성별도 전부 남자, 여성은 상대적으로 호르몬의 영향 등으로 약물 효과가 변동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을 대상으로, 시간별로 계속 채혈을 하면서 시행합니다.
  • 제 2상 임상시험 (Phase II): 자, 1상 시험에서 크게 문제가 없었고 약동학/약력학 정보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2상에서는 드디어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를 시도해보게 됩니다. 더불어 약을 투여하였을 때 기대하는 효능 (Efficacy)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 보게 됩니다. 따라서 2상에서는 최적의 효과를 위한 투여 농도 (dosing regimen)를 찾아가게 됩니다.
  • 제 3상 임상시험 (Phase III): 1상과 2상 임상 시험을 통해서, 효과도 있고 안전한 약물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관문은? 기존 약물과의 경쟁입니다. 따라서 3상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최적의 치료법 (gold standard)과 비교하여 신약이 더 우수한지 또는 적어도 동등한 효과를 보이는 지를 비교 평가해 보게 됩니다. 이를 비교 평가하기 위해서는 통계학적 차이를 충분히 보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3상 임상시험은 충분히 많은 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게 됩니다. (= 그래서 가장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 제 4상 임상시험 (Phase IV): 대망의 제 3상 임상 시험까지 통과하게 되면, 그 약물은 일단 제품으로 출시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약물은 출시가 한번되었다가도 사장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제 4상 임상시험 = 시판 후 조사 (Post-marketing surveillance)라고 부릅니다. 제 3상 시험에서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시행했다 하더라도, 부작용 사례는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어야 그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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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후 퇴출이 되며, 제약 회사의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나는 상황입니다. 엄청난 시간과 돈과 정성을 들여서, 3상 시험까지 다 통과해서 제품도 만들어서 이제 약 좀 팔아볼까? 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작용 사례 때문에 모든게 물거품이 되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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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후 조사에서 퇴출된 약물의 연도별 첫번째 부작용 사례 보고까지 걸린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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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후 조사에서 퇴출된 약물의 연도별 퇴출되기까지 걸린 기간.

 

이러한 이유로, 제약회사들도 시판 후 부작용 사례에 대한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는 상황이며, 약물 유전학의 관점에서도 이러한 부작용 사례를 유전적 차이에서 설명하려는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즉, 매우 드물게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들을 유전적 차이에서 찾아내어 안전하게 투여하겠다는 논리인 셈이죠. 이러한 점에서 약물 유전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포스팅은 약물 부작용 사례에서 약물 유전학적 연구 방법 및 약물 유전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약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참고 문헌]

Onakpoya, Igho J., Carl J. Heneghan, and Jeffrey K. Aronson. “Post-marketing withdrawal of 462 medicinal products because of adverse drug reactions: a systematic review of the world literature.” BMC Medicine 1.14 (2016):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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