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챙겨보고 있는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를 보다보니, 다양한 유전병들이 등장하더군요. 특히 등장 인물들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소재로 ‘헌팅턴병‘이 등장해서 놀랐습니다. 오늘 마지막회를 앞두고, 이번 포스팅에는 삼염기 반복 질환 (Trinucleotide repeat disorder)의 하나인 유전학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질병 중에 하나인 헌팅턴병에 대해서 포스팅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헌팅턴병과 헌팅틴 유전자
헌팅턴 병 또는 헌팅턴 무도병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George Huntington이라는 의사에 의해서 처음 기술된 질환으로, 마치 춤을 추듯 무도회장에서 손발을 저는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상염색체 우성 (AD) 질환입니다. 최근에서야 해당 질환은 헌팅틴 (Huntingtin; HD)이라는 단백의 삼염기 반복에 이상에 의해 뇌세포가 영향을 받아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헌팅틴 단백은 Glutamine(Q)을 지정하는 CAG 염기가 반복되는 구간이 있는데, 이 부분의 길이가 길어지면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반복 구간은 유전자의 엑손 영역보다는 비전사 지역에 흔하게 존재하고, 이전에 다뤘던 STR (short tandem repeat)이라는 부분으로 많이 존재하는데 헌팅턴 유전자의 경우는 특이하게 엑손 영역에 이러한 서열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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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틴 유전자의 CAG repeat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게 되면 뉴론의 퇴화를 유도하고, 헌팅턴병이 발현하게 됩니다.
삼염기 반복 질환과 Anticipation
헌팅턴병의 경우에는 위의 그림과 같이 CAG 서열이 반복되게 되는데, 이러한 반복 서열이 40개를 넘어가게 되면 무조건 질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35~40개의 서열의 경우에는 투과도 (Penetrance)가 감소하고, 일반인들은 10~25개의 반복 서열을 가지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닥터 프리즈너 속 태강 그룹의 회장과 이재준의 관계처럼, 남자 환자 (아버지)의 유전질환이 자식에게 물려질 경우, 그 증상의 발생이나 중증도가 훨씬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즉, 아버지의 유전질환이 자식에게 물려질 경우 훨씬 심한 질환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 (Anticipation)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헌팅틴 유전자의 반복 서열이 자식에게 물려질 때, 일반적으로 아버지의 경우는 대부분 더 길어지게 되고, 어머니의 경우에는 거의 차이가 없게 되는데 기인합니다. 이러한 부모의 차이는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지만, 유전자 각인 (Genomic imprinting)이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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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 중요개념 정리] Genomic imprinting and Uniparental disomy (UPD)
즉, 아버지 환자일 경우는 안그래도 긴데 더 길어질 것이고, 그래서 증상이 훨씬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것이 예측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헌팅턴병과 비슷한 메카니즘을 가지는 다양한 삼염기 반복 질환이 존재합니다. 아래 표는 이러한 질환의 예와 해당 반복 서열을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신경계 또는 근육 관련 이상 운동 질환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오면, 태강 그룹 회장의 헌팅틴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재준은 반복 서열의 길이가 더 길어져, 더 이른 나이에 더 심한 증상을 앓을 것이라는 것이 예측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드라마 속 오정희가 가짜로 앓게 되는 판코니 빈혈의 경우도, 혈액학적 관점에서 재미있는 질환이지만, 해당 포스팅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남기기로 하고 이번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