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 동안 육군훈련소로 기초 군사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늦은 나이에 띠동갑 동생들과 군사 훈련을 받는게 육체적으로는 참 힘들었는데, 그래도 생각을 비우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논산 훈련소에서 새벽 3시에 복도에서 불침번을 서다가 우연히 책장에서 눈에 띈 책이 있는데, 그 책이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유전자 사냥꾼‘ 이라는 책입니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 제게 주말 시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되었는데, 주말 개인 정비 시간을 이용해서 참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유전자 사냥꾼‘, 영문판 제목은 ‘Genome: The Story of the Most Astonishing Scientific Adventure of Our Time–The Attempt to Map All the Genes in the Human Body‘ 입니다. 이 책은 유전자의 발견과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그 당시 시대 상황과 함께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국어판 초판 발행 일자를 살펴보니 무려 1995년!입니다 (영문판은 1990년). 25년 이상 지난 매우 오래된 책이지만,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기에, 책의 내용은 아직까지도 유효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분자 생물학적 기법의 발견과 활용에 대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이를 활용하여 사람들이 어떠한 시도를 했는지, 그리고 어떠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오늘 날에 비추어 보면, 기법 상으로는 많이 뒤떨어져 있지만, 뒤떨어진 기법 (대부분 시퀀싱 대신에 유전체상의 tandem repeat 길이의 차이에 따른 RFLP 기법을 이용합니다.) 만을 활용해서도 어떻게 특정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를 입증했는지를 보면서 당시의 노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소개하는 이야기 속에는 헌팅턴병과 근위축증, 그리고 가족성 암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교과서 속에서 딱딱하게 소개되었던 질병들이 실제로는 어떠한 배경 속에서 연구되었는지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사실 지금도 기법만 시퀀싱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아직도 정확한 기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질병에 대해서 연구자들은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기에, 해당 이야기들은 연구자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역사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배운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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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 중요개념 정리] Tandem repeat: STR and VNTR
책의 마지막 부분은 Human Genome Project에 대한 이야기와 시퀀싱 및 유전체 기술의 진보로 미래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해서 예상하고, 대비해야할 부분들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미 25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과거에 예측했던 부분들이 얼마나 맞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른지를 생각해보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에서 거꾸로 앞으로 25년 후에는 어떠할지를 예측해보는 것도 재미난 포인트 인 것 같습니다.
해당 책은 비록 지금은 절판되어 구매가 불가능 하지만, 아마존 등을 통해서 영문판을 구매하거나, 중고 서점에서 한국어판을 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께는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Reference]
Waldholz, Michael, and J. Bishop. Genome: the story of the most astonishing scientific adventure of our time–the attempt to map all the genes in the human body. Simon and Schuster,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