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Physician-Scientist)로 살아가기’에 대한 생각

박사 학위 마무리 및 개인사 등 다양한 일이 겹치면서, 블로그 활동에 조금 소홀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BRIC을 보다가 사가리우스 님이 의사-과학자 (Physician-Scientist) 진로에 대해 정리한 글을 보게 되었고, BRIC에서도 종종 관련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의 진로 상담 글들을 보고, 연재 글에서 다루지 않았던 의사-과학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저의 생각들을 풀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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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연구 MD와 PhD의 관계에 관한 생각

진단검사의학과 소개

Bio-MD-Degrees

우선, ‘의사-과학자 (Physician-Scientist)‘라는 단어 자체가 참 생소합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인걸까요? 과학자인걸까요? 우선 위키피디아의 설명을 보면, 아래와 같이 쓰여있습니다.

A physician-scientist is a holder of a degree in medicine and science who invests significant time and professional effort in scientific research and spends correspondingly less time in direct clinical practice compared to other physicians.

즉,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의대 교육을 수료하고), 임상 진료보다는 연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합니다. 사실 주위에 많은 의사-과학자의 진로를 겪으신 분들의 이야기와 모습을 보면서, 이 진로에 대한 만족도는 의사-과학자에 대한 스스로의 Identity에 따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원래부터 과학자를 꿈꾸었던 사람에게 의사-과학자는 꽤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임상 환자를 보는 ‘의사’가 더 적성인 사람들에게 의사-과학자 과정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고, 임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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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과학자의 진로] Reference의 JCI Insight 기고글에서 발췌,  PSTP: physician-scientist training program; RiR: research in residency.
저의 경우를 간단히 얘기하면, 어릴적부터 항상 꿈이 과학자였고, 과학고에서 의대에 진학했지만, 의대에 입학하면서 단 한번도 환자를 보는 임상 의사에 대한 생각이 없었습니다. 의학을 공부하고 배워서 관련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현재의 진로를 선택한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의사-과학자의 장,단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장점

  • 환자에게 바로 바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
  • 중개 연구 (Translational medicine)를 진행하면서 의료진 (의사, 간호사 등)과 연구진 (실험실 연구원, 장비 업체 전문가 등) 사이에 중요한 징검다리 (Field Player)로의 역할이 가능하다.
  • 연구를 위한 임상 샘플 및 데이터에 접근이 용이하고, 실험의 디자인부터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 환자를 보는데서 오는 많은 스트레스와 위협이 없다.

단점

  • 오랜 트레이닝 기간과 그에 따른 기회 비용
  • PhD 출신 연구자들보다 연구를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MD 출신 의사보다 진료를 더 잘보는 것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케이스가 되기 쉽다…
  • 수련 과정이 정신적으로 고달프고 힘들고…  대우나 금전적 보상이 상대적으로 적다.
  • MD/PhD 타이틀만 따는 훨씬 쉬운 방법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전에 갔던 워크샵에서 생화학과 교수님께서, 의사-과학자를 꿈꾸는 여러분들은 헌신(Devotion)의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어떻게 보면 이 말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의사-과학자 과정을 거친 대부분은 다시 임상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의대를 다녀보니 진료를 보는 것이 적성이 아니거나, 연구 자체가 흥미가 있는 사람에게 의사-과학자는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글링을 하다 보니, 잘 정리된 PDF 파일이 있어서 첨부합니다.

All About MD‐PhD Programs: Who, What, Where, When, Why? Peter Kundert, Joe Cannova

 

[References]

Williams, Christopher S., et al. “Training the physician-scientist: views from program directors and aspiring young investigators.” JCI insight 3.23 (2018).

 

중개연구 MD와 PhD의 관계에 관한 생각

최근에 BRIC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봤다. 병원에서 임상 진료에 참여하다가, 기초학 교실에서 다시 PhD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양쪽 말 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학술] 중개연구 MD-PhD의 관계. 이익 배분

사실 처음에 MD로 실험실에 들어오게 되면서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대부분 포닥 선생님들의 텃세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파이펫도 제대로 못 잡는게 MD라고 얼마나 같잖을까 싶을테고, MD는 MD 나름대로 자존심을 세우면 사이가 안좋아질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MD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왜 그러한 배경이 생겨났는지 이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사실 지난 2년간 많은 임상과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는데, BRIC의 글 처럼 단순히 sample만 제공하고 논문 언제 나오냐며 논문 나오면 authorship 얼마 얼마 달라 하는 임상과도 있고, 실제로 연구 미팅에 참여하면서 임상적 경험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 같이 잘 진행해보려고 노력하는 부류도 있다.

MD가 실제로 sample 모으는 것이 정말 힘들고 쉽지 않은 일인 것도 맞고, PhD의 입장에서는 MD가 그런 sample을 쥐고 있다고 논문 쓰는데 공헌도 별로 없는데 갑질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최종적인 연구의 질과 논문이 좋으려면, 양쪽이 모두 노력해야하는 게 맞다. Sample만 주고 입벌리고 있으면, 기초학 하는 쪽에서 아무리 날고 기어도 좋은 논문을 쓰기 어렵고, 그럴 것이면 공동 연구를 하느니만 못하다. 위와 같은 글이 올라오게 된 건, 아마 전자의 저런 임상과와 중개 연구를 하면서 저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사실 나도 저런 마인드의 임상과랑 같이 연구하면 동일한 생각이 들때가 많다..

collaborative-research-academia-business

반대로 후자처럼 양쪽이 함께 노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더 좋은 양질의 연구가 될 수 있고, 사실 그러기 위해서는 MD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연구에 대한 insight와 field의 경험을 PhD에게 잘 전달해줘야하고, PhD는 그러한 concept을 실험적으로 잘 설계하고 수행해야한다.

사실 공동 연구라는 것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함께 잘 나아가자 라는 마인드가 있어야 하는데, 위와 같은 글이 나오게 된 것도 너도 나도 중개 협력 연구를 한다니까 무작정 일단 해보자는데서 나오는 잡음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차피 연구라는 영역은 혼자 독불장군처럼 잘났다고 잘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사실 아직 많은 연구 현장이 저런 것도 맞지만,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서로 조금씩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