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소개] 면역억제제 Tacrolimus의 약물 유전체 연구

작년부터 미국에 오기 전까지 부랴 부랴 동시에 4개의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그중 2개 논문의 온라인 출판이 완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의 논문을 소개한 김에, 함께 출판된 다른 약물 유전체 연구도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이번 연구의 프로젝트도 약리학 교실에 처음 박사 과정으로 들어오면서 부터 시작했던 프로젝트인데, 장기 이식 후의 면역 억제제로 널리 사용하는 Tacrolimus와 관련된 약물 유전체 연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NGS 패널과 Microarray인 한국인칩을 분석하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관련 논문 보기]

https://journals.lww.com/transplantjournal/Abstract/9000/Unraveling_the_Genomic_Architecture_of_the_CYP3A.95339.aspx

논문의 제목은 “Unraveling the Genomic Architecture of the CYP3A Locus and ADME Genes for Personalized Tacrolimus Dosing“으로, 장기 이식 수술 후 면역 억제 반응을 위해 사용하는 Tacrolimus의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약물 유전자의 변이들과 개인간의 약물 농도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유전자의 기능에 따라 환자 개인별 최적 처방 용량을 guide하기 위해 진행했던 연구입니다.

[관련 포스팅 보기]

사실 본 연구 주제는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달려들어서 진행해왔고, CYP3A5의 변이 (rs776746)가 Tacrolimus 대사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매우 잘 알려져 왔으나, 해당 변이로는 개인간 편차의 50% 정도 밖에 설명할 수가 없어서, 추가적으로 다른 유전자를 발굴하는 것이 많은 연구자들이 목표였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약물 유전자 전체를 스크리닝할 수 있는 약물 유전체 NGS 패널 (PGx panel) 과 한국인 특이 변이를 탐색할 수 있는 한국인칩 (Korean Chip)를 이용하여, 해당 문제를 풀려고 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역시 기존에 알려져 있던 CYP3A5의 rs776746 변이 가 제일 중요한 인자로 작용함을 확인했고, 개인별로 드물게 존재하는 CYP3A5, CYP3A4의 희귀 변이 (rare variant)를 이용하면, 추가적으로 rs776746 의 변이가 설명하지 못했던 개인간 편차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결과는 개별 맞춤 약물 처방을 하는데, 개인별로 드물게 존재하는 희귀 변이 (rare variant)를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특히, 연구의 분석을 위해서, 서울대 이승근 교수님께서 개발하신 SKAT이라는 분석 방법을 이용하였는데, 이 tool을 이용하여 최초로 CYP1A1 유전자의 희귀 변이들과 Tacrolimus 개인간 편차와의 연관성을 확인하였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약물의 대사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인자들이 confounder로 작용하기 때문에 개별 유전형 외에도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환경적 변수들을 고려해야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 결과가 면역 억제제 Tacrolimus를 투여 받는 환자들이 개별 약물 유전형에 따라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최적의 처방 용량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정밀 의료 (Precision Medicine) 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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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journals.lww.com/transplantjournal/Citation/9000/COMMENTARY__Unraveling_the_Genomic_Architecture_of.95395.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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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소개] 담관암(Biliary Tract Cancer)의 정밀 의료 실현을 위한 연구

작년부터 미국에 오기 직전까지 부랴부랴 리비젼을 하느라 너무 힘들었던 논문이 드디어 온라인 게제가 되어서, 소개를 해볼까합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무려 햇수로는 4년간 끌어왔던 프로젝트인데, 그래도 이렇게 마무리를 짓고 소개를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유전체 연구로 박사 과정을 막 시작하면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김민환 교수님으로 부터 담관암 (Biliary Tract Cancer) 공동연구를 제안 받게 되었고, 매우 힘들고 지난했던 시간들을 겪으면서 마무리를 짓게 되었습니다.

[관련 논문 보기]

https://aasldpub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002/hep.31862

논문의 제목은 “Molecular Characterization of Biliary Tract Cancer Predicts Chemotherapy and PD‐1/PD‐L1 Blockade Responses“으로, 우리 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호발하는 담관암의 약물 치료 (화학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반응에 관한 유전체 연구입니다. 사실 이 블로그에도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공부했던 많은 흔적들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관련 포스팅 보기]

담관암은 그 해부학적 위치 때문에 매우 이질적이고, 같은 종류의 암도 유전적 특성이 다양합니다. 매우 불량한 예후와 달리, 약물 치료 옵션은 매우 제한적이고, 아직까지 어떤 환자가 어떤 치료제에 잘 반응을 할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담관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행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너무나 힘들게 투병 생활을 하셨던 담관암 환자 분이 기억에 나서, 그 분을 생각하면서 진행했던 연구이기도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수술적으로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재발하여 항암 치료를 받는 담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환자의 치료 반응과 종양의 어떤 유전적 변화가 관련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담도암은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간내담관암 (Intrahepatic cholangiocarcinoma, ICC), 간외담관암 (Extrahepatic cholangiocarcinoma, ECC), 담낭암 (Gallbladder cancer, GBC), 그리고 바터팽대부암 (Ampullar of Vater cancer, AOV) 으로 구분합니다. 특히, 같은 간내담관암 (ICC)도 병리학적 & 분자생리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대담관 (large-duct)소담관 (small-duct) 유형으로 구분을 할 수 있는데, 이 두 유형의 확연히 다른 항암제 반응에 착안하여 항암제 반응과 연관된 유전적 변화를 발굴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최근 매우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면역 항암제의 경우, 담관암에서는 반응성을 보이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저항성과 연관된 유전적 변화를 발굴하여, 이를 바탕으로 어떠한 환자에게 면역 항암제가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를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Somatic mutation panel을 경험하며, NGS 분석에 더 많은 내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많은 담관암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BRIC 관련 인터뷰]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tr_interview&id=245031

[관련 기사 보기]

Genomics of Drug Sensitivity in Cancer (GDSC): 항암제에 대한 암세포주 반응 Database

종양학 (Oncology)에서의 정밀 의료암세포의 돌연변이 프로필 (Mutational Profile)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항암제 또는 기타 약물의 효과를 예측해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치료를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하지만, 종양 세포가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돌연변이로 인해서, 특정 바이오 마커를 이용하여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약물의 치료 효과를 예측하고 활용하는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실제로 약물의 효과를 예측하는 효과적인 바이오마커가 발굴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은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서 쉽지가 않습니다. 오늘 포스팅할 내용은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약  1000여개의 확립된 인간 암세포주들에 대해 500여개의 항암제로 처리하여 각각의 세포를 죽일 수 있는 농도 (IC50 values, 50%의 세포가 죽는 농도)를 스크리닝하고, 각각의 세포주가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 프로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Database인 Genomics of Drug Sensitivity in Cancer (https://www.cancerrxgene.org/)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대규모 스크리닝과 통계적 접근을 통해서, 어떠한 돌연변이가 어떠한 약물에 효과가 있는지 또는 저항성을 보이는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약물 효과를 예측하는 바이오 마커를 찾아내는게 가능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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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SC Website (https://www.cancerrxgene.org/)에서는 다양한 암종의 Pathway를 타겟으로 하는 약물에 대한 암세포주의 스크리닝 결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양한 세포주 정보, 돌연변이 정보, 그리고 약물 스크리닝 결과를 항목별로 조회할 수 있으면, 해당 데이터도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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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KRAS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세포주들에 대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효과가 있거나, 저항성을 나타내는 약물에 대한 Volcano plot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포주 결과를 통해서, KRAS 돌연변이 암세포에 대해서는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 (위 그림의 초록색)을 타겟 치료의 후보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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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비슷하게, 개별 약물에 대해서 조회를 하면, 세포주 중에서 해당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세포주와 가지고 있지 않은 세포주의 반응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Scatter Plot으로 제공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위의 그림은 Ibrutinib에 대해서 KRAS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세포들이 더 높은 IC50를 가져서, 저항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위와 같은 시도는 인간 유래의 확립된 세포주 (Human Cancer Cell Lines)들에 대해서 스크리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추후에는 궁극적으로는 환자 개개인의 암 세포 또는 종양 오가노이드 (Organoid)를 이용하여 비슷한 접근을 한 후에, 치료 효과를 판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제를 선택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위의 방법은 약물에 의해 세포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효과이기 때문에 면역항암제와 같이 환자 체내에서 일어나는 면역 반응을 이용하는 치료제에 대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의 GDSC 프로젝트에 대해서자세히 나와있는 논문들을 Reference에 남기며, 이번 포스팅은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포스팅 보기>

DNA 손상 복구 기전과 타겟 치료 항암제

[실험실 노트] Organoid의 기본 개념과 활용

면역 항암제, Immune checkpoint inhibitor의 원리 및 종류

동반 진단, Companion diagnostics란 무엇인가?

 


[References]

Yang, Wanjuan, et al. “Genomics of Drug Sensitivity in Cancer (GDSC): a resource for therapeutic biomarker discovery in cancer cells.” Nucleic acids research 41.D1 (2012): D955-D961.

Garnett, Mathew J., et al. “Systematic identification of genomic markers of drug sensitivity in cancer cells.” Nature 483.7391 (2012): 570-575.

Iorio, Francesco, et al. “A landscape of pharmacogenomic interactions in cancer.” Cell 166.3 (2016): 740-754.

펜벤다졸 (Fenbendazole), 개구충제의 항암효과 이슈에 담긴 약물 유전학

사실 저는 블로그에는 될 수 있는대로, 미디어에 소비되는 이슈가 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고, 마침 이번 이슈는 여러가지 배경 속에 약물 유전학적 내용이 담겨 있는 사안인 것 같아, 관련 내용을 블로그 글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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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튜브 또는 블로그를 통해, 말기 암 환자들이 개구충제로 쓰이는 펜벤다졸 (Fenbendazole, 제품명 Panacur)을 복용하고 암이 완치되었다는 다양한 후기가 올라오면서, 이에 대한 효능,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개구충제를 항암제로 쓴다는 얘기만 들었을 때는 무슨 허무 맹랑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은 아니라서 관련 내용들을 먼저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I. Fenbendazole은 어떤 약인가?

Fenbendazole은 개구충제로 알려져 있지만, 작용 기전은 micro-tubule의 형성을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고 해서, Anti-mitotic drug 또는 Benzimidazoles 계열 약물로 분류합니다. 사실 임상적으로 더 중요한 약물은 MebendazoleAlbendazole로, 1970년대에 출시되어 현재에도 사람에서 구충약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용 기전은 모두 진핵 생물인 기생충의 세포 분열 과정에서 Micro-tubule의 형성을 억제하여,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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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Benzimidazole 계열 약물의 구조] Fenbendazole은 개와 같은 동물에서, Mebendazole과 Albendazole은 사람에서 구충약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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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microtubule drug의 작용 기전] 세포 분열 과정에서 핵심적인 micro-tubule의 형성을 억제하여, 세포 분열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II. Fenbendazole의 항암 효과

사실 위에서 언급된 작용 기전을 살펴보면, Fenbendazole이 세포 분열이 빠른 종양에 작용하여, 증식을 억제하는 항암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Anti-mitotic drug에 속하는 비슷한 계열의 약물인 Taxol (Docetaxel, Paclitaxel 등)Vinca Alkaloid (Vinblastine, Vincristine 등)는 임상적으로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생충이나 암 세포 모두 일반 세포에 비해, 분열 속도가 빠른 편이고 세포 분열에는 공통적으로 Micro-tubule 형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작용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은 종양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포 분열이 활발한 조직에 공통적으로 작용하여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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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임상적으로 사용되는 Anti-mitotic drug 계열의 항암제와 종류와 적응증 및 부작용

 

아래 표는 Anti-mitotic drug로 개발되어 실제 임상 시험을 거친 몇가지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임상 1상 또는 2상에 머물러 있고, 작용 기전상 암세포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들이 보고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세포 분열이 활발한 골수의 증식도 억제하여 호중구 감소증 (Neutropenia)과 같은 부작용을 공통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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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로 개발 중인 Anti-mitotic drug 계열의 후보 물질과 임상 시험 결과]

 

III. 항암제로의 활용 및 임상 시험 현황

위의 내용들을 정리하면, Fenbendazole은 약물의 작용 기전 상 항암 효과를 보일 가능성은 있으나, 아직까지는 사람에서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연구된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에서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이미 구충제로 이용하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MebendazoleAlbendazole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Mebendazole을 항암제로 이용하기 위한 몇몇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교모 세포종 (Glioblastoma Multiforme)에서 Mebendazole이 효과를 보였다는 논문이 보고된 이후, 미국의 NIH Clinical Trial에는 소아 뇌종양에서의 Mebendazole의 임상적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 1상 연구가 등록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당 임상 시험은 임상 1상이고, 2022년까지로 진행 예정으로 되어 있는 것을 봤을 때, 충분한 임상 근거 자료가 쌓이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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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모세포종에서 Mebendazole의 효과를 보고한 논문] Neuro-Oncology 13(9):974–982, 2011.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264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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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Fenbendazole 이슈에 담긴 약물 유전학

마지막으로 최근 이슈에 담긴 약물 유전학적인 배경을 언급하고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사실 암 환자에 대한 치료는 표준 치료 지침 (NCCN Guideline) 이 수립되어 있어, 대부분의 의사는 이를 기반으로 환자를 치료 하게 됩니다. NCCN Guideline은 무수히 많은 임상 보고와 임상 시험 결과 등을 기반으로 하여, 전문가 집단의 논의를 통해 현재까지 최적의 치료법으로 확립된 암종별 치료 지침을 제공하기 때문에, 의사는 이를 기반으로 환자를 치료하게 됩니다. 이러한 치료 전략은 암종의 종류와 분자 유전학적 검사에 따라 점차 세분화되어 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통계에 기반한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가령, 100명의 암환자가 있다면, 그동안 5~60명의 대다수에 효과적이라고 보고된 전략이기 때문에, 일부 소수의 환자는 소외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밀 의료 시대의 개인별 맞춤 치료 (Personalized Medicine)는 개개인의 암종에 나타난 분자 유전학적 변화에 기반한 최적의 치료 전략을 제시하려고 하는 움직임입니다. 다만, 이러한 연구가 시작된 것이 매우 최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충분한 자료와 근거가 쌓인 경우가 제한적입니다.

관련 포스팅 보기>

약물 유전학은 왜 정밀의료에서 중요한가?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그리고 시판 후 조사

면역 항암제, Immune checkpoint inhibitor의 원리 및 종류

NCCN
NCCN 가이드 라인은 암종에 따른 최적의 치료 지침을 제공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치료는 해당 치료 지침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Fenbendazole 논란도 기존의 표준 치료에는 반응이 없으나, Fenbendazole에는 효과를 보인 매우 소수의 사람들(Exceptional responder)이 SNS에 해당 효과를 보고하면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비슷하게,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면역항암제 (Immune Checkpoint Blockade)의 경우에도 실제로 반응성이 있는 환자들의 비율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반응성이 있는 경우에는 매우 효과적으로 나타났기에, FDA에서는 반응성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인자를 가진 사람에서만 제한적으로 처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NCCN 가이드라인에 면역 항암제와 관련된 언급이 없었으나, 최근 몇몇 암종에서는 치료 가이드 라인이 수립되었습니다.
면역항암제와 달리, Fenbendazole은 더더욱 사람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바가 없는 약물이고,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환자의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약으로 인한 부작용 및 적절한 치료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이 겪을 사회 경제적 비용 등을 고려하면, Fenbendazole의 임의 복용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다만 최근의 이슈를 통해 볼 수 있듯이, 기존의 치료법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다양한 암 환자들에게 최적의 맞춤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됩니다. 특히, Mebendazole의 경우에는 아직 충분한 임상 연구 자료가 확립되지 않았지만, 만약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상 시험에서 효과를 보여, 충분한 근거가 확립된다면 추후에 NCCN 가이드라인에 포함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임상 시험은, 개개인의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치료법을 선별하고, 이에 따라 최적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References]

Microtubule-Function-Affecting Drugs. In: Mehlhorn H. (eds) Encyclopedic Reference of Parasitology. Springer, Berlin, Heidelberg

Jackson, Jeffrey R., et al. “Targeted anti-mitotic therapies: can we improve on tubulin agents?.” Nature Reviews Cancer 7.2 (2007): 107.

Bai, Ren-Yuan, et al. “Antiparasitic mebendazole shows survival benefit in 2 preclinical models of glioblastoma multiforme.” Neuro-oncology 13.9 (2011): 974-982.

미래의료와 P4 Medicine

지난 학기에 치과대학 학생들의 유전학 시험 답안지를 채점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시험 문제로 미래의료와 P4 Medicine의 개념을 쓰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시험을 채점하면서 학생들의 창의적인 오답에 (e.g. Premium, Precious, Portal, Perfect 등등) 채점이 재미있더군요. 사실 P4 Medicine은 미래 의료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개념적으로 잘 보여주는 이정표입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P4 Medicine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Medicine will move from a reactive to a proactive discipline over the next decade—a discipline that is predictive, personalized, preventive and participatory (P4). P4 medicine will be fueled by systems approaches to disease, emerging technologies and analytical tools. There will be two major challenges to achieving P4 medicine—technical and societal barriers—and the societal barriers will prove the most challenging.

Predictive, personalized, preventive, participatory (P4) cancer medicine, Nature Reviews Clinical Oncology 8184-187

위의 글은 P4 Medicine에 관해 잘 정리된 논문의 초록 중 일부를 가져온 것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의료 행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의료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의 의료는 전문가인 의사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당히 정보 비대칭적이었으며 환자 개인도 전적으로 모든 것을 의사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의사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했고, 대부분의 진료는 질병이 발생한 이후에 일어날 수 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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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의료는 환자가 모든 것을 전문가인 의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치료도 의사의 경험에 의해서 결정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질병의 병인 기전에 대한 이해와 기술, 과학이 발달하면서 의료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이 P4 Medicine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P4의 세부적인 내용들을 살펴보면, 그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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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reventive: 의료는 더 이상 질병의 증상이나 질환이 진행되기 시작했을 때 치료를 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2, 3차 의료에서 질병 발생 자체를 사전에 예방하는 1차 의료로 그 포커스가 옮겨가고 있으며, 이를 잘 나타내주는 것이 Preventive Medicine 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강인을 대상으로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이며, 비슷한 방식으로 여러 알려진 질병 위험 인자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입니다.
  2. Predictive: Predictive Medicine의 많은 부분은 과학과 의료의 발달에 기인합니다. 질병의 진행, 치료 반응, 예후 등 많은 부분을 환자 개개인의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이 가능한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특히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개인의 유전 정보가 되겠습니다. 아직 많은 부분, 연구가 필요하지만 미래 의료의 방향은 Predictive Medicine의 실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3. Personalized: Precision, Individualized, Tailored Medicine과 일맥 상통하는 개념입니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의료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약물에 대한 반응이나 용량 처방 결정, 면역 수용체에 따라 다른 종류의 항암제 사용 같은 예가 있습니다.
  4. Participatory: 더 이상 의료는 의사에 의해 한쪽 방향 (unidirectional)으로 일어나는 행위가 아닙니다.  이제는 환자와 의사, 더 나아가 커뮤니티 내에서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일어나는 행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헬스케어 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든 개인들의 스스로의 건강 정보를 1차적으로 관리하고 참여하게 될 것이며, 여기서 생산된 데이터에 기반한 선순환의 고리가 더더욱 의료를 발달시킬 것입니다.

종합하면, 미래의 의료 패러다임은 의료 및 과학 기술의 발전에 기반하여, 질병 발생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위험도를 예측하며, 질병이 발생된다하더라도 개개인에 맞는 최적의 치료로 시행되는 것으로 바뀔 것이며, 이러한 모든 과정에 개인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더 이상 의료는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하더라도, 모든 개인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