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2월에 레지던트 수료를 마치고,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진단검사의학은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하고, 심지어 의과대학 학생들도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을 진단검사의학과가 어떠한 일을 하는 과이고, 앞으로 정밀 의료의 시대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사실 진단검사의학과는 과거에는 임상병리과라고 알려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임상병리과라는 이름은 저조차도 참 낯설게 느껴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진단검사의학과(진검) 의사의 역할은 크게 다음과 같이 4가지가 있습니다.
- 검사실 운영 및 관리
- 임상 서비스
- 학생 교육 및 실습
- 임상 연구

이 중에서도 가장 메인이 되는 일은 ‘검사실 운영 및 관리‘입니다. 대부분의 임상과 의사들이 병원에서 환자를 간호사와 마주 하게 된다면, 진검 의사는 환자의 ‘검체’를 임상병리사(Medical technician)들과 다루게 됩니다. 혈액를 포함해서, 소변, 뇌척수액, 눈물, 정액 등 모든 종류의 환자 유래 검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검사가 진행되고, 그 결과를 판독하고 그 임상적 의미를 다른 과의 많은 의사들에게 알려주게 됩니다.

최근에는 자동화가 많이 진행되어서 자동화 기기를 통해 대부분의 검사가 진행이 되지만, 작은 하나의 검사 결과 조차도 환자의 질환을 진단하는데 있어서 매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검사 결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적절히 인지하고, 임상적 상황에 맞게 판독하고, 관리 및 대처하여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자동화 기기를 다룰 수 있는 기술자들을 관리 감독 및 교육 하는 것 뿐 아니라, 전반적인 의학 지식을 지닌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병원 내 검사실 운영을 위해서는 의학 지식을 갖춘 의사가 필요하게 되며,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진단검사의학과 의사입니다.
실제로 검사실이 잘 운영되는 경우, 의사는 검사 결과를 믿고 환자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검사실 운영이 엉망이 된다면, 의사는 환자의 검사 결과를 보고 환자 상태를 평가하는데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진단검사의학과 의사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잘하고 있으면 티가 나지 않으며 오히려 문제가 생겨야만 그 존재 가치를 인식하게 됩니다. 임상과들 조차도 진단검사의학에 대한 인식이 크게 없던 것은 반대로 그만큼 진검의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일을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은 제가 생각하는 진단검사의학과의 특징 및 전망입니다.
- 병원에서 시행하는 모든 검사법에 대해 이해하고, 결과를 해석하고 운영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의학 전반에 관한 상대적으로 얕지만 폭넓은 지식을 요구한다.
- 전담 입원 환자가 없어 환자와 대면하는 일이 제한적이다. 일부 혈액은행 및 검체 검사, 임상 유전 클리닉 상담 등을 통해 환자를 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입원 환자가 없어, 병원에서 밤을 새며 야간 당직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 의사로서 경제적 수입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반대로 삶의 질은 매우 좋은 편이다.
- 검사실에서 수많은 검체와 검사 결과들을 쉽게 얻을 수 있어, 다양한 연구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갖고 있다.
- * 검사실은 의료 빅데이터의 보고입니다.* 최근, 정밀 의료의 흐름에 따라 빅데이터를 통한 인공지능 활용이 활발한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특성과 각 변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진단검사의학과 의사는 검사실 데이터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 라는 점에서 매우 큰 장점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진단검사의학과에 대해 짧은 하나의 글로 소개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 글을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학회에서 잘 만든 유튜브 영상이 있어 함께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