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소개] 면역억제제 Tacrolimus의 약물 유전체 연구

작년부터 미국에 오기 전까지 부랴 부랴 동시에 4개의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그중 2개 논문의 온라인 출판이 완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의 논문을 소개한 김에, 함께 출판된 다른 약물 유전체 연구도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이번 연구의 프로젝트도 약리학 교실에 처음 박사 과정으로 들어오면서 부터 시작했던 프로젝트인데, 장기 이식 후의 면역 억제제로 널리 사용하는 Tacrolimus와 관련된 약물 유전체 연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NGS 패널과 Microarray인 한국인칩을 분석하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관련 논문 보기]

https://journals.lww.com/transplantjournal/Abstract/9000/Unraveling_the_Genomic_Architecture_of_the_CYP3A.95339.aspx

논문의 제목은 “Unraveling the Genomic Architecture of the CYP3A Locus and ADME Genes for Personalized Tacrolimus Dosing“으로, 장기 이식 수술 후 면역 억제 반응을 위해 사용하는 Tacrolimus의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약물 유전자의 변이들과 개인간의 약물 농도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유전자의 기능에 따라 환자 개인별 최적 처방 용량을 guide하기 위해 진행했던 연구입니다.

[관련 포스팅 보기]

사실 본 연구 주제는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달려들어서 진행해왔고, CYP3A5의 변이 (rs776746)가 Tacrolimus 대사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매우 잘 알려져 왔으나, 해당 변이로는 개인간 편차의 50% 정도 밖에 설명할 수가 없어서, 추가적으로 다른 유전자를 발굴하는 것이 많은 연구자들이 목표였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약물 유전자 전체를 스크리닝할 수 있는 약물 유전체 NGS 패널 (PGx panel) 과 한국인 특이 변이를 탐색할 수 있는 한국인칩 (Korean Chip)를 이용하여, 해당 문제를 풀려고 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역시 기존에 알려져 있던 CYP3A5의 rs776746 변이 가 제일 중요한 인자로 작용함을 확인했고, 개인별로 드물게 존재하는 CYP3A5, CYP3A4의 희귀 변이 (rare variant)를 이용하면, 추가적으로 rs776746 의 변이가 설명하지 못했던 개인간 편차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결과는 개별 맞춤 약물 처방을 하는데, 개인별로 드물게 존재하는 희귀 변이 (rare variant)를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특히, 연구의 분석을 위해서, 서울대 이승근 교수님께서 개발하신 SKAT이라는 분석 방법을 이용하였는데, 이 tool을 이용하여 최초로 CYP1A1 유전자의 희귀 변이들과 Tacrolimus 개인간 편차와의 연관성을 확인하였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약물의 대사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인자들이 confounder로 작용하기 때문에 개별 유전형 외에도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환경적 변수들을 고려해야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 결과가 면역 억제제 Tacrolimus를 투여 받는 환자들이 개별 약물 유전형에 따라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최적의 처방 용량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정밀 의료 (Precision Medicine) 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관련 Commentary 보기]

https://journals.lww.com/transplantjournal/Citation/9000/COMMENTARY__Unraveling_the_Genomic_Architecture_of.95395.aspx

약물유전체 Annotation tool: PharmCAT

제가 있는 연구실의 주요 연구 테마는 약물 유전학인데, 저는 어쩌다 보니 운이 좋게도 암종 (Cancer), 선천성 희귀 유전 질환 (Rare Disease), 약물유전체 (Pharmacogenomics) 시퀀싱 데이터를 모두 분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 3가지 분야는 유전체 기술을 통한 정밀 의료 실현을 위해 연구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주요 카테고리인데, 공통점도 있지만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특히, Cancer, Rare Disease와 구분되는 Pharmacogenomics의 가장 큰 차이는 연구 집단이 환자가 아닌 정상 일반인이라는데 있습니다. 이 차이점은 Variant interpretation 접근 과정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1) 일반적으로 환자의 원인 변이를 찾을 때, Allele Frequency에 의한 variant filtering을 통해 rare variant를 찾는 것 뿐 아니라, 인구 집단에 따른 Common variant도 무시하기가 어렵고,  2) 약물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 두개의 유전형으로 기능을 평가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유전체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다양한 변이에 기반한 약물 유전형을 annotation 하기 위한 도구가 개발되고 있는데, 이름하여 PharmCAT (Clinical Annotation Tool) 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퀀싱 정보는 이전에 언급한 Annovar를 이용하여, Annotation을 진행하지만, 약물 유전학적 접근에서는 annovar의 annotation 정보로는 임상적인 활용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른 유전체 정보와 구분되는 약물 유전체 정보의 특성과 PharmCAT의 개발 상황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관련 포스팅 보기>

약물유전체학 연구 네트워크: PGRN

CPIC Guideline: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약물 처방에 관한 임상 근거 지침

약물 유전체 연구가 어려운 이유

Annovar: Population frequency, in-silico prediction tool 및 기타 database 활용

Haplotype 의미와 Linkage Disequilibrium (LD), Haplotype Phasing 검사 방법

 

다양한 약물 유전자의 변이와 조합, Haplotype status

CYP2C19

발생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는 상대적으로 변이가 적습니다. 그에 비해 약물 유전자는 주변 환경과 식이 등의 영향을 받아서, 인종과 개별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96%의 사람들이 중요한 약물 유전자들인 CPIC-Level A 유전자들에 최소 1개 이상의 변이를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이의 수 뿐만 아니라, 배수체 (Haplotype, Diploid n = 2) 상태에 따라, 변이가 cis- 또는 trans- 위치인지에 따라서 다양한 조합이 존재하게 됩니다. 위의 그림은 이러한 변이의 종류와 조합에 따른 CYP2C19 유전자의 약물 유전형 상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퀀싱 데이터를 통해서, 개인의 약물 유전형을 추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더불어 약물 유전자들의 경우에는 Star nomenclature를 통해서, 유전형을 표시하는데 시퀀싱 데이터에서 바로 Star allele (ex> *1A, *2B, *3 등등)로 읽어 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약물 유전자 변이와 유전형에 대한 Star nomenclature 정보 보기>

https://www.pharmvar.org/

 

PharmCAT Project

PharmCAT

PharmCAT은 위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여, 시퀀싱 데이터를 통해 개인별 약물 유전형을 추정하고, 최종적으로는 그에 맞는 약물 처방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여, 정밀 의료를 현실화 하려고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일반적인 Annotation 과정 외에도 Haplotype 정보를 통합한 약물 유전형 추정 및, 이를 통합한 약물 처방 가이드 라인 제공이 합쳐진 Pipeline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는 아직 개발 단계의 테스트 버젼만 제공하고 있으나, 곧 어느 정도의 파이프 라인이 구축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약물 유전형에 따른 충분한 임상 정보와 가이드 라인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약물 유전체 연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진정한 의미의 정밀 의료가 실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References]

Sangkuhl, Katrin, et al. “Pharmacogenomics Clinical Annotation Tool (Pharm CAT).” Clinical Pharmacology & Therapeutics (2019).

Sangkuhl, Katrin, et al. “Pharmacogenomics Clinical Annotation Tool (Pharm CAT).” Clinical Pharmacology & Therapeutics 107.1 (2020): 203-210.

Kalman, Lisa V., et al. “Pharmacogenetic allele nomenclature: international workgroup recommendations for test result reporting.” Clinical Pharmacology & Therapeutics 99.2 (2016): 172-185.


PharmCAT Web-sources:

http://pharmcat.org/

https://www.pharmgkb.org/page/pharmcat

https://github.com/PharmGKB/PharmCAT

펜벤다졸 (Fenbendazole), 개구충제의 항암효과 이슈에 담긴 약물 유전학

사실 저는 블로그에는 될 수 있는대로, 미디어에 소비되는 이슈가 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고, 마침 이번 이슈는 여러가지 배경 속에 약물 유전학적 내용이 담겨 있는 사안인 것 같아, 관련 내용을 블로그 글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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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튜브 또는 블로그를 통해, 말기 암 환자들이 개구충제로 쓰이는 펜벤다졸 (Fenbendazole, 제품명 Panacur)을 복용하고 암이 완치되었다는 다양한 후기가 올라오면서, 이에 대한 효능,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개구충제를 항암제로 쓴다는 얘기만 들었을 때는 무슨 허무 맹랑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은 아니라서 관련 내용들을 먼저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I. Fenbendazole은 어떤 약인가?

Fenbendazole은 개구충제로 알려져 있지만, 작용 기전은 micro-tubule의 형성을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고 해서, Anti-mitotic drug 또는 Benzimidazoles 계열 약물로 분류합니다. 사실 임상적으로 더 중요한 약물은 MebendazoleAlbendazole로, 1970년대에 출시되어 현재에도 사람에서 구충약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용 기전은 모두 진핵 생물인 기생충의 세포 분열 과정에서 Micro-tubule의 형성을 억제하여,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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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Benzimidazole 계열 약물의 구조] Fenbendazole은 개와 같은 동물에서, Mebendazole과 Albendazole은 사람에서 구충약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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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microtubule drug의 작용 기전] 세포 분열 과정에서 핵심적인 micro-tubule의 형성을 억제하여, 세포 분열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II. Fenbendazole의 항암 효과

사실 위에서 언급된 작용 기전을 살펴보면, Fenbendazole이 세포 분열이 빠른 종양에 작용하여, 증식을 억제하는 항암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Anti-mitotic drug에 속하는 비슷한 계열의 약물인 Taxol (Docetaxel, Paclitaxel 등)Vinca Alkaloid (Vinblastine, Vincristine 등)는 임상적으로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생충이나 암 세포 모두 일반 세포에 비해, 분열 속도가 빠른 편이고 세포 분열에는 공통적으로 Micro-tubule 형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작용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은 종양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포 분열이 활발한 조직에 공통적으로 작용하여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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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임상적으로 사용되는 Anti-mitotic drug 계열의 항암제와 종류와 적응증 및 부작용

 

아래 표는 Anti-mitotic drug로 개발되어 실제 임상 시험을 거친 몇가지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임상 1상 또는 2상에 머물러 있고, 작용 기전상 암세포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들이 보고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세포 분열이 활발한 골수의 증식도 억제하여 호중구 감소증 (Neutropenia)과 같은 부작용을 공통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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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로 개발 중인 Anti-mitotic drug 계열의 후보 물질과 임상 시험 결과]

 

III. 항암제로의 활용 및 임상 시험 현황

위의 내용들을 정리하면, Fenbendazole은 약물의 작용 기전 상 항암 효과를 보일 가능성은 있으나, 아직까지는 사람에서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연구된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에서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이미 구충제로 이용하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MebendazoleAlbendazole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Mebendazole을 항암제로 이용하기 위한 몇몇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교모 세포종 (Glioblastoma Multiforme)에서 Mebendazole이 효과를 보였다는 논문이 보고된 이후, 미국의 NIH Clinical Trial에는 소아 뇌종양에서의 Mebendazole의 임상적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 1상 연구가 등록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당 임상 시험은 임상 1상이고, 2022년까지로 진행 예정으로 되어 있는 것을 봤을 때, 충분한 임상 근거 자료가 쌓이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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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모세포종에서 Mebendazole의 효과를 보고한 논문] Neuro-Oncology 13(9):974–982, 2011.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264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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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Fenbendazole 이슈에 담긴 약물 유전학

마지막으로 최근 이슈에 담긴 약물 유전학적인 배경을 언급하고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사실 암 환자에 대한 치료는 표준 치료 지침 (NCCN Guideline) 이 수립되어 있어, 대부분의 의사는 이를 기반으로 환자를 치료 하게 됩니다. NCCN Guideline은 무수히 많은 임상 보고와 임상 시험 결과 등을 기반으로 하여, 전문가 집단의 논의를 통해 현재까지 최적의 치료법으로 확립된 암종별 치료 지침을 제공하기 때문에, 의사는 이를 기반으로 환자를 치료하게 됩니다. 이러한 치료 전략은 암종의 종류와 분자 유전학적 검사에 따라 점차 세분화되어 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통계에 기반한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가령, 100명의 암환자가 있다면, 그동안 5~60명의 대다수에 효과적이라고 보고된 전략이기 때문에, 일부 소수의 환자는 소외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밀 의료 시대의 개인별 맞춤 치료 (Personalized Medicine)는 개개인의 암종에 나타난 분자 유전학적 변화에 기반한 최적의 치료 전략을 제시하려고 하는 움직임입니다. 다만, 이러한 연구가 시작된 것이 매우 최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충분한 자료와 근거가 쌓인 경우가 제한적입니다.

관련 포스팅 보기>

약물 유전학은 왜 정밀의료에서 중요한가?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그리고 시판 후 조사

면역 항암제, Immune checkpoint inhibitor의 원리 및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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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N 가이드 라인은 암종에 따른 최적의 치료 지침을 제공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치료는 해당 치료 지침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Fenbendazole 논란도 기존의 표준 치료에는 반응이 없으나, Fenbendazole에는 효과를 보인 매우 소수의 사람들(Exceptional responder)이 SNS에 해당 효과를 보고하면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비슷하게,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면역항암제 (Immune Checkpoint Blockade)의 경우에도 실제로 반응성이 있는 환자들의 비율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반응성이 있는 경우에는 매우 효과적으로 나타났기에, FDA에서는 반응성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인자를 가진 사람에서만 제한적으로 처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NCCN 가이드라인에 면역 항암제와 관련된 언급이 없었으나, 최근 몇몇 암종에서는 치료 가이드 라인이 수립되었습니다.
면역항암제와 달리, Fenbendazole은 더더욱 사람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바가 없는 약물이고,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환자의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약으로 인한 부작용 및 적절한 치료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이 겪을 사회 경제적 비용 등을 고려하면, Fenbendazole의 임의 복용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다만 최근의 이슈를 통해 볼 수 있듯이, 기존의 치료법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다양한 암 환자들에게 최적의 맞춤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됩니다. 특히, Mebendazole의 경우에는 아직 충분한 임상 연구 자료가 확립되지 않았지만, 만약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상 시험에서 효과를 보여, 충분한 근거가 확립된다면 추후에 NCCN 가이드라인에 포함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임상 시험은, 개개인의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치료법을 선별하고, 이에 따라 최적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References]

Microtubule-Function-Affecting Drugs. In: Mehlhorn H. (eds) Encyclopedic Reference of Parasitology. Springer, Berlin, Heidelberg

Jackson, Jeffrey R., et al. “Targeted anti-mitotic therapies: can we improve on tubulin agents?.” Nature Reviews Cancer 7.2 (2007): 107.

Bai, Ren-Yuan, et al. “Antiparasitic mebendazole shows survival benefit in 2 preclinical models of glioblastoma multiforme.” Neuro-oncology 13.9 (2011): 974-982.

약물 유전체 연구가 어려운 이유

저는 작년 2월부터 1년 반정도의 기간을 약물유전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도 교수님이신 이민구 교수님과 다양한 약물 반응에 대한 유전적 바이오 마커를 발굴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최근에 선천성 기형의 일종인 두개골 조기유합증이라는 희귀질환에 대해 성형외과 및 신경외과와 공동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많은 환자들의 유전적 원인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전적 소인과 형질 간에는 어떠한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이번 글은 흔히 말하는 Common diseaseRare disease 의 차이와 더불어, 지난 1년반정도의 기간을 약물 유전체 연구를 하며 느낀 점들과 왜 약물 유전체 연구가 어려운지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약물 유전체 연구는 크게 여러 사람들이 동일한 약물을 먹었을 때 혈중 유효 농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에서, 어떤 유전적 차이가 이러한 약물 대사에 기인하는지부작용 발생 유무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적 바이오마커가 있는지에 관심을 갖춰 연구되고 있습니다.

관련 포스팅 > 약물 유전학은 왜 정밀의료에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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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약물 반응은 복합 형질 (Complex trait)이다 : 기본적으로 약물의 대사 과정에는 다양한 약물 효소가 관련합니다. 또한 약물이 흡수되어 배출되기까지의 대사 과정 (ADME) 또는 약동학 (Pharmacokinetics) 과정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관여하기 때문에, 한 두가지 유전적 소인이 형질에 결정적 차이를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복합 형질로 가장 많이 연구되는 질병 중 하나가 2형 당뇨병 (Type 2 Diabetes mellitus; T2DM)인데, 당뇨병 발생의 원인과 그 유전적 요인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속 시원한 유전적 원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복합 형질에서 발굴된 유전적 마커들은 형질의 차이에 기여하는 정도가 매우 작아서, 대부분의 효과 크기 (Effect size)가 매우 작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연구가 잘되고 결과가 잘 나오는 것은 효과 크기가 매우 큰 한 두가지의 유전적 인자가 약물의 부작용 발생 유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입니다.

II. 약물 반응의 측정 자체가 어렵다 : 체내 약물 대사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인자를 확인하고자 하는 연구의 경우, 일단 환자에서 해당 약물 농도 측정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환자들에게는 의사들이 체중이나 대사능 등을 고려하여 약을 처방하기 때문에 복용한 약물의 양도 간격도 전부 달라지게 되며, 약물 농도라는 것도 매우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언제 채혈하였는지,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였는지 (drug-drug interaction), 음주 & 흡연 여부, 성별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명확한 통제가 어렵고, 보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측정 약물 농도가 명확하게 그 사람의 약물 대사능을 대변하지도 못합니다. 즉, 처음부터 얻어지는 정보 자체에 매우 큰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와 유전적 정보 간의 연관성을 찾으려고 해도, 그 영향이 명확하게 큰 경우가 아니면 연관성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III. 약물 대사 경로에는 다양한 대체자가 존재한다. : 이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한 약물이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약물은 간에서 대사되어 신장을 통해 배설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약물 개별로 보면 어떤 약물이 정확하게 어떠한 효소에 의해 대사되어 어떠한 형태로 배설되는지, 명확하게 알려져 있는 약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희귀 질환의 경우에는 생명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어떠한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서 바로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해당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다른 유전자가 대신 기능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약물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약물 효소의 종류는 워낙 다양해서 한 두가지 효소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다른 효소가 이러한 역할을 대신해주게 됩니다. 그리고 대사 경로 자체가 한가지 방향으로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돌아갈 수 있는 대체 경로가 존재하게 됩니다. 즉, 약물 대사능은 한가지 유전자와의 1:1 대응이 아니라, 다수의 효소들이 관여하여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동시에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이를 유전학적으로 나타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A number of isoforms (e.g. Cytochrome P450 family, GST family)
  • Many different transcription mode in a single gene: alternative splicing

 

IV. 연구 방법의 한계 : 유전적 바이오 마커 발굴의 연구 방법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SNP array chip 또는 NGS를 통한 시퀀싱입니다. SNP array는 주로 GWAS 연구에 사용하기 때문에 인구집단에 흔하게 존재하는 common variant 연구에 사용하고, NGS 시퀀싱은 유전자의 개별 변이까지 모두 확인하기 때문에 rare variant 발굴에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두 연구 방법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복합형질에서 common variant는 그 효과 크기에 대부분 매우 작기 때문에 GWAS 연구로는 새로운 마커의 발굴이 쉽지 않은 편입니다. 반면 Rare variant 발굴에 유리한 NGS 방법으로는 rare variant를 발굴하여도 그 변이의 해석이 쉽지 않고, 더불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n수가 매우 커서 현실적으로 연구가 어렵게 됩니다.

관련 포스팅 >

[유전자칩 비교] SNP array와 array CGH, 그리고 한국인칩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 GWAS란 무엇인가?

유전자 변이의 해석: 대용량 기능 검사의 필요성

위에서 언급한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약물 유전체 연구는 정말 어려운 분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밀의료 분야의 발전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분야도 약물과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에, 그만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어려운 점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함께 좋은 연구가 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반 진단, Companion diagnostics란 무엇인가?

오늘은 정밀 의료 (Precision Medicine)약물 유전학 (Pharamacogenetics)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개념인 ‘동반 진단’ (Companion Diagnostics)에 대해 정리하는 포스팅을 남길까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의 ‘동반 진단’이라는 어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휘는 들었을 때 이해하기 쉽고 개념이 바로 연상되어야 하는데, 동반 진단이라는 단어는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죠 (영어식 표기를 단순히 우리말로 번역한 결과).

그러면 ‘Companion diagnostics’ (이하 CD)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의미의 단어인지 부터 살펴보겠습니다.

‘Companion’: 흔히 동행, 동반자, 친구 등으로 번역되는데 쉽게 말해서 ‘졸졸 따라 다니는’ 의 의미 입니다. / + ‘Diagnostics’ : ‘진단 방법’을 의미 합니다.

즉, Companion diagnostics 는 어떤 약물 치료 또는 처치를 하기 위해, 수반되어 시행해야 하는 (권장되는) 진단 방법 또는 검사를 일컫게 됩니다. 더 쉽게 말하면, ‘너 이 약이나 치료 쓰려면, 이 검사하고 나서 써.’ 입니다. (무슨 이런 쉬운 말을 이렇게 어렵게 이름 붙인답니까..) 더 자세한 정의 및 의미는 아래에서 살펴 보겠습니다.

약물 유전학 관련 포스팅 보기 -> 약물 유전학은 왜 정밀의료에서 중요한가?

 

Companion Diagnostics가 나타나게 된 배경

사실 CD의 개념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CD는 종약학 (Oncology) 분야의 항암제 치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1970년 대 진행성 유방암 환자에서 ER (Estrogen Receptor) status에 따라 항암제인 Tamoxifen 의 치료 성적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1980년 대에는 HER2 유전자의 변이 여부에 따라 유방암의 예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HER2에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만 특이적으로 치료 효과를 갖는 HER2 antagonist인 Trastuzumab (일명 Herceptin)이 개발되었습니다. 이렇듯 어떠한 약물 (항암제)의 치료 효과 또는 반응이 떠한 유전자의 변이 여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게되면서, 치료 대상자의 선정도 변이 여부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루어 지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개념이 점차 확대되면서, 약물의 개발 과정에서 부터 CD가 깊게 관여하게 되었고, 최근 개발된 많은 항암제에는 이러한 CD marker가 추가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유명한 면역 항암제인 PD-1 inhibitor인 Pembrolizumab, Nivolumab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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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학 분야의 항암제 개발과 Companion Diagnostic 마커] 최근 많은 항암제가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타겟으로 하면서, 항암제 사용을 위한 동반진단 마커가 함께 개발되고 있습니다.

 

Companion Diagnostics의 정의

실제 의료 현장에서 위에서 언급한 신약들을 정착시킴에 있어 미국 FDA의 승인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동시에 CD에 해당하는 진단 검사 방법에 대한 의료 기기 및 검사에 대한 승인을 받기 위해서 CD가 정확히 무엇이다 라는 정의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널리 쓰이는 CD의 정의는 이 때 FDA에서 정의한 내용을 쓰고 있습니다. FDA에 따르면, Companion Diagnostics란 다음의 내용을 포함하는 체외 진단 검사를 일컫습니다.

  1. To identify patients who are most likely to benefit from the therapeutic product;
  2. To identify patients likely to be at increased risk of serious adverse reactions as a
    result of treatment with the therapeutic product;
  3. To monitor response to treatment with the therapeutic product for the purpose of adjusting treatment
  4. To identify patients in the population for whom the therapeutic product has been
    adequately studied, and found safe and effective

정리하면, 약물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상자를 선정하고, 치료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체외 진단 검사 방법Companion Diagnostics 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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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ion Diagnostics의 적응 약물, 관련 질환 및  해당 바이오마커]
 

 

Companion Diagnostics의 임상 활용 및 전망

마지막으로 CD의 임상 활용 및 전망에 대해 살펴 보고 포스팅을 마치고자 합니다. 현재 CD의 개념은 대부분 항암제에 국한된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연구를 통해 암의 발생 메커니즘 (carcinogenesis)를 이해하면서 이에 근거하여 치료제를 개발하다보니 항암제-유전자 변이 마커 쌍이 성공적으로 정립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좁은 의미의 CD이며, 더 넓게는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치료의 선택에 활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앞으로 개발되는 많은 신약들에는 이러한 CD의 개념이 더 폭넓게 적용 및 요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Drug-diagnostic co-development)

신약 개발 과정 관련 포스팅 보기 ->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그리고 시판 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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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diagnostic co-development] 최근 Companion Diagnostics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부터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에 식약처에서 체외동반진단기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립하였습니다. (우리 나라의 현황 및 실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유전자 검사법이 점점 발전하게 되면서, 앞으로는 더 다양한 치료 효과를 예측하고 모니터할 수 있는 많은 마커들이 발견될 것이며, 이를 통해 조금 더 정밀 의료의 실현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많은 CD 마커들이 발굴되고, 실제로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참고 문헌]

Jørgensen, Jan Trøst, and Maria Hersom. “Companion diagnostics—a tool to improve pharmacotherapy.” Annals of translational medicine 4.24 (2016).

CPIC Guideline: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약물 처방에 관한 임상 근거 지침

지난 포스팅에서 약물 유전학이 왜 정밀 의료의 실현에 중요한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포스팅했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약물 유전체 정보에 근거하여 실제 임상 진료 시 약물의 처방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는 CPIC (Clinical Pharmacogenetic Implementation Consortium) Guideline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 포스팅 보기 -> 약물 유전학은 왜 정밀의료에서 중요한가?

CPIC 홈페이지 방문하기 -> CPIC 홈페이지

CPIC 가이드 라인 및 중요도 구분

CPIC 가이드 라인은 약물과 관련 유전자 쌍 (Gene-Drug pair)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실제 임상 적용에 대한 중요도를 Level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이러한 중요도를 평가하는 기준을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 Is there prescribing actionability?
  • What is the severity of the clinical consequences (adverse effects, lack of response) if genetics are not used to inform prescribing?
  • Is the gene already subject to other CPIC guidelines?
  • Is there an available genetic test for that gene?
  • How commonly used are the affected drugs?
  • How common are the high-risk genetic variants?
  • Is there mention of genetic testing in drug labelling?
  • Are there pharmacogenetically-based prescribing recommendations from professional organizations or others?

즉, 실제 처방에 활용할 수 있는 용이성과 그 임상적 중요도를 바탕으로 하여, 아래 표와 같이 4가지 레벨 A, B, C, D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CPIC 홈페이지는 작성일자 기준 352개의 약물-유전자 쌍에 대한 CPIC level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도가 높은 A로 분류된 약물-유전자 쌍에 대해서는 실제 임상 가이드 라인이 출판되거나, 진행 되는 중입니다. 또한, CPIC 에서는 Level A 및 B로 구분된 약물-유전자 쌍에 대해서는 실제 유전형에 따라 다르게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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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C 가이드 라인은 약물과 관련 유전자 쌍에 대한 임상적 활용의 중요도에 따라 4가지 기준으로 구분하고, 중요도가 높은 A 및 B에 대해서는 실제 임상 진료 지침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CPIC 가이드 라인의 실제 적용 예

다음으로 CPIC 가이드 라인의 실제적인 예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면역 억제제로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Tacrolimus와 CYP3A5 유전자에 대한 지침을 살펴보겠습니다. CPIC은 우선적으로 CYP3A5 유전자에 대한 유전형을 검사하여, 실제 약물 대사 표현형을 3개의 단계로 구분하고, 각 표현형에 따라 서로 다른 약물 농도를 처방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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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P3A5 유전형에 따른 표현형을 구분한 표. CYP3A5 유전형에 따라 약물을 얼마나 잘 대사하는지에 따라 표현형을 Extensive / Intermediate / Poor Metabolizer와 같이 구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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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CYP3A5 유전형에 따라 구분된 표현형에 따라, Extensive/Intermediate 그룹과 Poor Metabolizer 그룹에 속하는 환자의 권장 처방 용량이 달라집니다.

 

CPIC 가이드 라인의 한계 및 나아가야 할 방향

마지막으로 CPIC 가이드 라인의 한계 및 앞으로 정밀 의료의 측면에서 보완해야할 내용을 짚어보고 포스팅을 마치고자 합니다. 위의 실제 예를 살펴보면, 임상 지침이 상당히 간단(?)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는 우리가 흔히 꿈꾸고 있는 정밀 의료의 모습과는 상당히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 분야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저런 간단한 유전형에 따른 약물 처방 지침 조차도 현재까지는 19개의 약물 유전자 쌍에 대해서만 출판이 된 상태입니다. 즉 아직도 많은 약물 반응과 유전 정보와의 관계가 불명확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또한 이러한 임상 지침은 흔한 변이에 근거하여 축적된 관찰에 근거하기 때문에, 매우 드문 변이 (Rare variant)를 갖는 환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합니다. 또한 표현형의 구분이 3~4개의 카테고리로 매운 단순하기 때문에 같은 표현형 내에서도 여전히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더 세밀한 구분과 관련 지침 수립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수많은 약물과 유전형과의 추가적인 연구와 덧붙여, 기존에 알려진 약물-유전형에 대한 가이드 라인도 여전히 문제가 많습니다. 위의 임상 지침은 미국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약물 반응은 인종별로도 차이가 크게 다르며, 따라서 위의 임상 근거 및 처방 용량이 한국인에서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정밀 의료를 위해서는 인종별 약물 반응에 대한, 각 지역별 근거도 함께 수립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인 맞춤 진료 지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실제 유전 정보를 이용하여 약물 반응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약물 반응이라는 형질 또는 표현형이 단순히 한 두가지 유전자의 조합으로만 쉽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은 정밀 의료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그리고 시판 후 조사

약물 유전학 (Pharmacogenetics)은 개인별 유전형과 약물 반응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약물 반응은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 측정하게 되는데, 대부분 채혈을 통해 체내의 약물 농도를 측정하거나, 약물에 의한 부작용의 발생 여부를 평가하게 됩니다.

여기서 약물 유전학 연구의 한 가지 어려운 점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유전학 연구에서 흔히 다루는 형질과 달리 약물 반응은 상당히 다이나믹한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약동학/약력학에 의해, 약물 섭취를 하더라도 약물의 분포 및 작용은 작용 위치에 따라 달라지며, 채혈에 의한 약물 농도도 채혈 시간이나 채혈 위치 등에 따라 크게 변화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확한 형질 정보 획득의 어려움 때문에, 약물 유전학은 더 연구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신약 개발을 위한 과정이 상당히 엄격하고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거꾸로 많은 정보들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약물 개발 후 시판까지의 전반적인 과정, 그리고 시판 후 부작용 발생 여부를 평가하는 시판 후 조사 (Post-marketing surveillance; PMS) 과정까지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정밀의료 시대에 약물 유전학이 중요한 이유 보기 -> 약물 유전학은 왜 정밀의료에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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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과정의 전반적인 모식도] 신약 개발 과정은 수많은 후보 물질들은 발굴하고 개량한 이후에, 최종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몇몇 물질들만을 이용하게 되며, 이마저도 많은 부분 임상 시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약 후모 물질 발굴 및 개량에 대한 부분은 간단히 하고, 임상 시험 과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흔히, 신약 임상 시험은 다음과 같이 크게 4가지 단계로 구분하며, 각 단계에서 목적하는 바가 분명히 다릅니다. 각 단계별로 중요한 차이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시험 목적참여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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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1상 임상시험 (Phase I): 당신은 지금 실험실에서 처음 가장 그럴듯한 약물을 발굴해냈습니다. 그러면 처음으로 확인해볼 것은 당연히 안전성 (Safety) 일 것입니다. 물론 사람에게 투여하기 전에 동물들에게 실험을 해보았겠지만, 사람에게 한번도 먹여본적이 없으니 안전성을 평가하고, 실제 사람에서 약물의 분포나 작용 (약동학/약력학; PK/PD) 을 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무턱대고 환자에게 투여할 수 없고, 소량으로 그것도 건장하고 별로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투여해보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1상 임상 시험은 제한된 수의 젊고 건장한 성인 (보통 성별도 전부 남자, 여성은 상대적으로 호르몬의 영향 등으로 약물 효과가 변동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을 대상으로, 시간별로 계속 채혈을 하면서 시행합니다.
  • 제 2상 임상시험 (Phase II): 자, 1상 시험에서 크게 문제가 없었고 약동학/약력학 정보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2상에서는 드디어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를 시도해보게 됩니다. 더불어 약을 투여하였을 때 기대하는 효능 (Efficacy)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 보게 됩니다. 따라서 2상에서는 최적의 효과를 위한 투여 농도 (dosing regimen)를 찾아가게 됩니다.
  • 제 3상 임상시험 (Phase III): 1상과 2상 임상 시험을 통해서, 효과도 있고 안전한 약물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관문은? 기존 약물과의 경쟁입니다. 따라서 3상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최적의 치료법 (gold standard)과 비교하여 신약이 더 우수한지 또는 적어도 동등한 효과를 보이는 지를 비교 평가해 보게 됩니다. 이를 비교 평가하기 위해서는 통계학적 차이를 충분히 보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3상 임상시험은 충분히 많은 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게 됩니다. (= 그래서 가장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 제 4상 임상시험 (Phase IV): 대망의 제 3상 임상 시험까지 통과하게 되면, 그 약물은 일단 제품으로 출시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약물은 출시가 한번되었다가도 사장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제 4상 임상시험 = 시판 후 조사 (Post-marketing surveillance)라고 부릅니다. 제 3상 시험에서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시행했다 하더라도, 부작용 사례는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어야 그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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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후 퇴출이 되며, 제약 회사의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나는 상황입니다. 엄청난 시간과 돈과 정성을 들여서, 3상 시험까지 다 통과해서 제품도 만들어서 이제 약 좀 팔아볼까? 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작용 사례 때문에 모든게 물거품이 되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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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후 조사에서 퇴출된 약물의 연도별 첫번째 부작용 사례 보고까지 걸린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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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후 조사에서 퇴출된 약물의 연도별 퇴출되기까지 걸린 기간.

 

이러한 이유로, 제약회사들도 시판 후 부작용 사례에 대한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는 상황이며, 약물 유전학의 관점에서도 이러한 부작용 사례를 유전적 차이에서 설명하려는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즉, 매우 드물게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들을 유전적 차이에서 찾아내어 안전하게 투여하겠다는 논리인 셈이죠. 이러한 점에서 약물 유전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포스팅은 약물 부작용 사례에서 약물 유전학적 연구 방법 및 약물 유전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약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참고 문헌]

Onakpoya, Igho J., Carl J. Heneghan, and Jeffrey K. Aronson. “Post-marketing withdrawal of 462 medicinal products because of adverse drug reactions: a systematic review of the world literature.” BMC Medicine 1.14 (2016): 1-11.

약물 유전학은 왜 정밀의료에서 중요한가?

앞선 글 보기 -> 블로그를 시작하며..

앞선 글에서 소개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PMI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의 짧은 한 단락에도 약물 유전학(Pharmacogenetics)이 정밀 의료에서 왜 중요한지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환자의 유전적 정보를 이용하여, 개인에게 맞춘 최적의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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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사람들은 외모, 행동, 가치관이 다른 것 처럼 약물에 대한 반응이 모두 다릅니다. 동일한 약을 같은 용량으로 처방하여도, 어떤 사람에게는 처방한 용량이 과용량이어서 약물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기도 하죠. 약물 유전체학은 유전학을 토대로 이러한 약물 반응을 예측하는데 그 목표가 있습니다. 따라서 약물 유전체학은 정밀 의료의 실현을 위한 하나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약물 유전체학의 연구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약물 독성 부작용의 예측 및 예방 (Prevention of Adverse drug event): 약은 어떤 한계 용량 (최소 독성 용량, minimal toxic concentration)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 몸에 독성 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안전한 약물 사용을 위해서 유전 정보를 토대로 부작용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데 그 첫번째 목표가 있습니다.
  2. 약물의 유효성 및 최적의 처방 용량 수립 (Drug efficacy and optimization of dose): 개인별로 같은 양의 약을 복용하더라도 체내 농도는 모두 다르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약효가 나타나기 위한 최소 농도(minimal therapeutic concentration)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유전적 원인에 의해서 약물이 전혀 듣지 않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3. 약동학 및 약력학 예측: 신약 개발 및 임상 시험에 있어서 약동학 및 약력학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가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약물 유전체학은 새로운 약을 개발하고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시험에 있어서도 고려되는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약물 유전학은 크게 위와 같은 공통된 연구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약물과 유전자 간의 관계를 밝혀가고 있는 학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글은 이러한 학문적 토대에서 실제로 약물 유전체학을 바탕으로 정밀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CPIC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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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C 홈페이지

CPIC (Clinical Pharmacogenetics Implementations Consortium)은 약물유전학에서 밝혀진 연구 성과를 실제로 임상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자들의 국제 콘소시움입니다. CPIC에서는 실제로 임상 근거가 명확한 약물 유전자와 약물 쌍을 선정하여, 해당 약물 처방 시 유전자 검사 및 이를 바탕으로한 권장 처방 용량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CPIC 가이드라인 자세히 보기 -> CPIC Guideline: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약물 처방에 관한 임상 근거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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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C에서는 약물과 관련 유전자 쌍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임상적 근거 수준을 분류하여,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약을 처방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물과 관련 유전자 간의 관계가 명확히 밝혀져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된 약물-유전자 쌍은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연구자들은 정밀 의료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다음과 같은 날도 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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